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높아진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미국의 퇴직자는 451만명으로 2000년 고용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이례적인 현상을 두고 '대퇴사(Great Resignation)의 시대'라고 명명했어요.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지난 9월 직장인 재직기간 보고서에 따르면 한 직장에서 재직하는 기간의 중앙값이 베이비붐 세대는 약 10년인 반면, MZ세대는 2.8년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전 세대 재직 기간의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값이죠.
단지 미국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전세계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딜로이트의 조사는 '2년 안에 현 직장을 떠날 것'이라 응답한 Z세대가 40%, 밀레니얼 세대 비율이 25%임을 보여주었어요. 심지어 이직할 직장이 없어도 퇴사부터 하겠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이 중 약 3분의 1이나 차지했습니다.
전세계를 강타한 대퇴사의 시대,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1년 내 조기퇴사자 84.7%, MZ세대 비율 특히 더 높아
커리어테크 플랫폼 사람인은 기업 1,124개사를 대상으로 1년 이내 조기퇴사 현황에 대해 조사했는데요. 응답 결과, 약 85.7%의 기업이 1년 이내로 조기퇴사한 직원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MZ세대의 조기퇴사 비율이 '이전 세대보다 많다'고 답변한 비율은 68.7%에 달했죠. 지난해 조사결과인 49.2%에 비해 19.5%p나 증가한 값입니다.
이러한 조기퇴사의 양상, 쉽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전체 응답기업의 절반이 입을 모아 최근 3년간 조기퇴사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하니 말이죠.
싫어도 버티는 4050, 미련없이 떠나는 2030
퇴사 생각에 대한 빈도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게 나타난다는 차이가 있지만, 직장생활 중 하는 퇴사 고민은 모든 세대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민과 현실은 다르죠. 실제로 퇴사를 할 수 있다는 '퇴사 가능성'의 측면에서 2030의 절반 이상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퇴사가 가능하다고 답변한 것과 달리 4050은 사실상 퇴사는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퇴사, 생각은 있어도 계획에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은 위 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의 퇴사 가능성이 한껏 열려있는 이유는 이들이 생각하는 '직장의 의미'와 깊은 연관이 있는데요.
이전과 달리, 2030에게 직장은 '내가 평생 몸 담아야 할 곳'이 아닌 '나의 발전을 위한 경험'의 의미를 지닙니다. 개인의 성장 가능성과 같이 회사로부터 '내가 얻을 수 있는 무언가'를 추구하는 이들은 회사가 나와 맞지 않으면, 그로부터 언제든지 떠날 의향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퇴사가 지니는 긍정성
최근 2년 이내에 자발적 퇴사를 경험한 20-30대 남녀 대상의 KBS 청년층 퇴사에 대한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언제든 퇴사를 결정할 수 있다"에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라고 답변한 비율은 총 71.5%, “내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직장이라면 하루 빨리 퇴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에 대한 긍정 대답 비율은 무려 78%로 나타났습니다. 각각 다른 기관에서 실시한 조사임에도 결과에는 일관성이 있죠.
이는 퇴사와 연상되는 이미지와도 연관이 깊은데요. 같은 보고서 중 퇴사에 대한 인식을 묻는 항목에 “매우 긍정적이다" 혹은 “긍정적이다"라고 답변한 비율은 총 73%로, 젊은 층 내에 퇴사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퇴사"하면 떠오르는 연상 단어 역시 “자유, 해방, 휴식, 새로운 시작" 등으로 긍정 의미의 단어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직장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기에, 퇴사도 본인을 위한 자율적 선택으로 여기는 것이죠.
종합하자면,
현세대에게 퇴사란 직장을 ‘잃는다’는 의미보다는 ‘떠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본인의 의지에 따라 주체적으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퇴직을 결심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니까요.
따라서 MZ세대가 이끄는 잦은 퇴사와 이직은 단순히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다"고 치부할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세대가 바뀜에 따라 직장이 지니는 의미 역시 달라졌고, 우선시되는 가치를 충족하지 않으면 퇴사라는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신세대에게는 해당 가치관이 절대적인 것이죠.
그렇다면 대퇴사의 시대에서 기업은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할까요? MZ세대가 기업을 떠나고 머무르는 이유와 함께 인재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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