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이제 돈으로 사겠어’ 슬립 이코노미
‘꿀잠’, 왜 이리 어려운 걸까?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수면장애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3.4%나 될 정도로 매우 높았습니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22분. 그러나 우리나라는 절반(51.7%) 이상이 하루 6시간 이하의 수면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2022년 CES(미국 소비자가전박람회)에 참석한 슬립스코어랩스 대표 콜린 롤러는 "선진국 국민 가운데 70% 정도가 취약한 수면을 겪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잠만 잘 자도...
잠에 관한 자료를 찾다 보면, 잠만 잘 자도 일어나는 긍정적인 변화에 관한 기사가 많습니다.
‘잠만 잘 자도 살 빠져’, ‘잠만 잘 자도 수명 연장’, ‘잠만 잘 자도 IQ 높아져’ 등 ‘이게 진짜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잠의 긍정적인 효과는 무궁무진하죠. 그만큼 좋은 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는 뜻인 동시에, 불면증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스트레스 지수 높은 직장인들의 공통점, 불면.
자고 싶은데 잠이 안 오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해보신 분이라면, 좋은 잠을 이루지 못했을 때의 피곤함을 잘 아실 텐데요. 불면증이 지속되면, 만성피로는 물론 정신과 신체의 많은 변화가 나타납니다.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집중력과 판단력이 떨어지고, 코르티솔 등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해 불면증이 지속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미국의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Rand)'에 따르면, 하루 6시간 미만의 잠을 자는 사람의 사망률은 7시간 이상 자는 사람보다 13%나 높다고 합니다. 혈압 상승, 면역체계 손상, 체중증가, 심혈관기능 장애, 당뇨병, 우울증 등 불면증으로 인한 악영향은 아무리 나열해도 끝이 없는데요.
특히, 불면증은 하루 일과를 다 채우기 위해 잠을 희생하는 직장인들에게 필수처럼 따라다니는 증상이기도 합니다. 번아웃 증후군으로 무기력하거나, 높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술이나 커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적 공백을 고카페인 식품에 의존하고, 잠을 이룰 수 없어 다음 날 피로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수면 부족은 직원의 '잦은 결근(앱센티즘,absenteeism)'과 필요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무의미하게 보내게 되는 '프리젠티즘(presenteeism)'으로도 이어집니다. 수면 부족은 노동력의 생산성 저하로 기업에 만성적인 문제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수면 장애로 인해 국가가 입는 손실은 평균적으로 GDP의 1.35%에서 2.92% 사이. 이는 수십억 달러에 해당한다. / 랜드 연구소)
‘좋은 잠’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주중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11분, 주말에는 7시간 15분 정도라고 합니다.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수면 시간이 매우 짧은 편에 속하지만, 이마저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죠.
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피로도의 정도는 다릅니다. 그냥 잠을 이룬 사람과 ‘좋은 잠’을 이룬 사람의 차이인데요. '수면 웰니스'도 바로 잠의 '질'에 집중합니다. 얼마나 많이 잤냐가 아닌, 얼마나 양질의 잠, 깊은 잠을 잤냐가 수면 웰니스에서는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좋은 잠이란 어떤 걸까요?
바로, 모든 수면 사이클을 최소 4-6회 반복하는 것입니다. 수면의 종류는 크게 아래와 같은 4단계(사이클)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1. 얕은 수면 (Dozing off)
- 잠을 자기 위해 누우면 호흡, 심장박동, 안구 운동이 느려지고 온몸의 근육이 이완됩니다.
2. 수면 (Light Sleep)
- 1단계에서보다 신체활동 속도가 더뎌지고 근육이 더욱 이완됩니다. 체온이 떨어지고 안구운동이 멈춥니다.
3. 깊은 수면 (Deep Sleep)
- 본격적으로 깊은 수면이 시작됩니다. 수면 전반부에 이 단계의 유지시간이 길고, 후반부로 갈수록 짧아집니다. 몸의 근육은 완전한 이완, 호흡은 최저 수준으로 느려져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깨워도 쉽게 일어나지 못합니다.
4. 렘 수면 (REM Sleep)
- 렘 수면은 Rapid Eye Movement의 준말로, 안구가 빠르게 움직입니다. 우리가 꿈을 꾸는 것은 렘수면 단계에서입니다. 느려졌던 호흡이 다시 빨라지고 심박과 혈압이 증가합니다.
하루 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풀기 위해선 3단계 이상의 좋은 수면을 여러차례 반복해야 합니다. 그러나 불면증이나, 카페인 섭취를 과다하게 하는 사람들은 3단계인 깊은 수면에 이르기 쉽지 않은데요. 자는 동안 충분히 뇌와 신체를 이완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지 못하는 경우, 깨어있는 시간 동안 집중력과 판단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해 불면증이 지속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 ‘수면, 이제 돈으로 사겠어’ 슬립 이코노미
현대인의 바쁜 일상과 업무 탓에 점점 많은 이들에게 양질의 수면은 '사치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질의 수면은 웰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수면 웰니스’에 대한 개인과 기업의 노력이 적극적으로 필요한 시점이죠.
소비자 인식의 변화는 각종 '슬립 이코노미'의 등장을 낳았는데요. 슬립 이코노미는 편안함과 휴식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 및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사용자들이 수면 관련 솔루션을 통해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즈니스를 일컫습니다. 웰니스 비즈니스의 성장과 함께 최근 웰니스 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잡은 슬립 이코노미, 수면 웰니스는 산업 규모 또한 어마어마하게 성장중입니다.
💰 수면 웰니스(슬립 이코노미) 시장 규모
2022년 기준 전 세계 슬립 이코노미 산업 규모는 약 65조 원으로 추산되며,
2024년까지 적게는 58조 원, 많게는 700조 원 규모로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료 출처 : Statistica 2023
수면 이코노미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수면의 질을 과학 기술력을 통해 개선하는 ‘슬립테크(Sleep Tech, 수면 기술)’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어요.
🔎 수면 웰니스 비즈니스, 분야와 종류
출처: Investing in the growing sleep-health economy (McKinsey&Company, 2017)
매트리스, 베개, 방의 밝기와 습도, ASMR, 영양제 등. 수면에 영향을 주는 인자는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 약 200여개로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데다가 개개인마다 천차만별인데요. 수면 웰니스 산업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수면 요인을 기준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침대 매트리스, 베개, 조명과 온/습도 조절 등을 통한 침실 환경 최적화(Ambience Optimization)입니다. 둘째는 수면 모니터링이나 명상 앱, 운동 등을 활용하여 생활습관을 직접 개선하는 루틴의 변화(Routine Modification). 셋째로는 병의원, 약국의 치료와 처방을 통한 치료요법(Therapeutic Treatment)이 있습니다.
슬립 테크, 슬립 이코노미로 불리는 시장에는 다음과 같은 제품, 솔루션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 스마트 베드/매트리스(Smart beds)
- 온도 조절이 가능한 매트리스, 체형과 취향에 따라 경도와 형태를 맞춤형 조절 가능한 매트리스, 수면 모니터링이 가능한 기술 등.
- 웨어러블 기기 (Wearables)
- 헤드밴드, 손목시계, 허리밴드, 수면안대 등 수면 모니터링 기술이 탑재된 신체에 직접 착용하는 기기들.
- 침구류 (Bedding)
- 이불, 침대시트, 베개 등 슬립테크 적용된 제품들.
- 식품, 보조제 (Consumables)
- 멜라토닌, 식물성 수면보조제, 비타민, 드링크 등 수면의 질을 개선시키는 보조식품.
- 수면 앱 (Apps)
- 수면에 초점을 맞춘 명상 앱, 수면 데이터 추적 앱 등의 솔루션.
- 의학적 치료/의료기기 (Therapeutics)
- 수면무호흡증, 코골이 등 수면장애를 개선하는 의료적 솔루션.
💡 수면 웰니스를 실현하는 방법 (슬립테크 제품 소개)
1. 수면템을 바꿔라. ‘침실 환경 최적화’
‘매트리스와 베개를 바꾼다고 숙면이 될까?’
매트리스와 베개는 2021년 전체 슬립 웰니스 시장에서 4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할 만큼 수면 웰니스에 빠질 수 없는 제품이죠. 미국의 수면 전문기관 슬립스코어 랩스(SleepScore Labs)가 진행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체형에 맞는 조절 가능한 베개와 매트리스를 장기간 이용하며 변화를 추적했는데요. 실험 결과 베개는 평균 16분, 매트리스는 21분 참가자들의 수면시간이 길어지고 수면 만족도가 향상되는 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즉, 좋은 매트리스와 베개를 잘 고르는 것만으로도 수면 웰니스에 도움을 준다는 게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죠. 그렇기에 첨단 기술이 접목된 수면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제품들로는, [1] 자동 조절되는 스마트 침대와 앱의 결합으로 통합형 숙면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르고스포티브(ErgoSportive), [2] 온도를 자동 조절해 주는 애플워치 전용 스마트 토퍼 페파민토 매트리스 토퍼 (Pepaminto Mattress Topper), [3] 코골이 개선을 위한 스마트 베개인 '텐마인즈 모션 필로우' 등이 있습니다.
2. 수면 모니터링 기술과 인공지능의 만남
수면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선 우선 내가 어떻게 잠을 자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면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면 사이클만 잘 파악해도 좋은 잠에 이르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요.
[1] '슬립 사이클'은 전 세계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수면 분석 앱으로,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머리맡에 두고 자기만 하면 앱이 사용자의 소리, 움직임 등을 인지해 수면 시간과 패턴을 분석해 그래프로 보여줍니다. 또, 사용자가 얕은 잠을 잘 때를 맞춰 앱이 알아서 깨워주는 기능이 있어 알람이 울리기 30분 전부터 수면 상태를 분석해 최적의 타이밍에 알람을 울려준다고 해요. (대박🤩)
[2] ‘슬립루틴’이라는 앱 역시 숨소리만으로 수면을 측정해 사용자의 잠을 분석하고 수면 데이터를 기록해 정확한 수면 리포트를 확인할 수도 있어 수면 사이클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하니, 앱을 이용해서 내 수면의 패턴을 파악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3. 수면을 돕는 건기식이 있다, ‘수면음료'
숙면에 도움을 주는 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수면 유도 건강식품의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수면 보조제 시장 규모는 약 1조 2,548억 원에 달하며, 시장이 커지면서 멜라토닌 등 알약 보조제 형태뿐 아니라 캔 음료, 전자담배형 제품 등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한편, 아직 블루오션인 국내 수면 건기식 시장규모는 약 350~400억 원 대로 2020년 이후 연평균 15% 이상 성장세를 보이며 다양한 수면 유도 건강식품이 출시되고 있죠.
[1] 수면 유도 건강 식품 ‘코자아’
수면 음료 업체 '로맨시브'는 2021년 와디즈 푸드 펀딩 1위를 기록한 수면음료 '리체라'를 시작으로 작년 12월, 리체라를 개선한 신제품 '코자아'를 선보였어요. 서울대연구진이 직접 개발한 원료로 오늘도 많은 사람들의 꿀잠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4. 숙면을 책임지는 독특한 '웨어러블'
'수면 웨어러블' 하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저는 스마트 워치처럼 손목에 착용하고 자는 제품, 아니면 이마에 착용하는 헤드밴드 정도가 떠오르는데요. 생각보다 다양하고 특이한 웨어러블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수면 반지, 수면 안대, 그리고 수면 로봇까지!
[1] 핀란드 스타트업 '오라(Ōura)'가 출시한 스마트반지 '오라 링(Ōura Ring)'은 수면 모니터, 심박 모니터, 산소포화도 측정까지 지원합니다. 초소형화된 심박센서가 얇은 반지에 탑재되어 시계형 디바이스보다 착용자에게 가는 부담이 덜합니다. 반지하나만 끼고 잤을 뿐인데 나의 건강을 분석해준다니 참 기특하네요.
[2] 이제는 안대도 '스마트' 시대. 수면 중 안구 운동을 추적해 수면장애를 개선해주는 '소마슬립' 수면안대는 'Somalytics(소말리틱스)'에서 선보인 제품. 안대 내부에 소형 센서를 사용해 렘수면 구간 동안 안구운동을 추적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의 수면패턴과 수면의 질을 분석해준다고 해요.
[3] 네덜란드 수면 테크기업 '솜녹스(Somnox)'가 개발한 세계 최초 수면로봇 '솜녹스'는 이용자의 심장박동과 호흡법을 조절하여 편안한 숙면을 가능케합니다. 땅콩처럼 생긴 이 로봇을 껴안고 자기만 하면 로봇이 사람의 심장박동과 호흡방식을 그대로 따라해 부교감 신경계를 자극하고 사용자를 편안한 숙면의 세계로 안내한다고 해요. (너무 탐나는 걸요!)
하루가 달리 늘어나고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들 중,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신체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는 최적의 형태는 무엇일지 직접 사용하며 비교해보고 싶네요.
수면은 과학이다.
잠은 웰니스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자,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쌓이는 피로에 대한 원인을 찾고 싶다면, 내 수면의 질은 어떠한지 파악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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