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보셨나요? 섹슈얼 웰니스(Sexual Wellenss)
웰니스에 많은 섹터들이 있지만 ‘섹슈얼 웰니스’는 아직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영역인데요.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인류의 건강과 생존, 번영에 직결되어 있는 웰니스 영역이기도 해요. 섹슈얼 웰니스란 쉽게 말해 ‘성 건강’을 뜻해요. 여성의 자궁 건강 및 Y존 케어 제품들부터, 월경과 임신과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남성의 성 건강, 재생산과 가족계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쳐 섹슈얼 웰니스를 논할 수 있죠.
이제는 섹슈얼 웰니스 주류 시대?
예로부터 ‘성(性)’에 대한 논의는 금단의 영역으로 터부시되어 음지에서 이뤄졌고, 성 관련 제품과 담론들은 ‘웰니스’와는 거리가 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오기도 했어요. 그러나 최근에는 성 건강도 웰니스의 영역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성 건강을 목표로 하는 섹슈얼 헬스케어 전문 브랜드와 플랫폼 등의 서비스들이 주목을 받고 있어요. 이러한 움직임은 음지에서 머물던 성 문화를 양지로 가져와 더욱 건강하고 안전한 문화로 자리잡게 하는 데 도움을 주죠.
2020년 1월에는 미국 최대의 소비자가전박람회 CES에서 섹슈얼 헬스(Sexual health) 관련 상품 전시가 처음으로 이루어지기도 했어요. 섹슈얼 웰니스와 맞닿아있는 기술제품들은 ‘섹스 테크(Sex-Tech)’, ‘펨 테크(Fem-Tech)’ 등으로 불리며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죠.
펨테크femtech)와 섹슈얼 웰니스(sexual wellness) 브랜드는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인식과 대형 유통업체들에 의해 틈새에서 주류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어요. 특히 월경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자신의 섹슈얼 웰니스에 대해 기꺼이 목소리를 내는 Z세대의 변화된 인식과 소비습관은 섹슈얼 웰니스가 주류시장으로 편입되는 데 기여했습니다.
글로벌 펨테크 시장, 2030년까지 126조원 규모로 성장
건강하고 안전한 성문화를 만드는 프로덕트나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섹스테크, 펨테크 스타트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규제나 관련 법으로 인한 ‘적극적인 광고 집행의 어려움’인데요. 아직까지 성 담론이 외설이나 음란물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영국 정부가 직접 섹슈얼 웰니스 스타트업 ‘킬링 키튼즈(Killing Kittens)’에 투자하는 등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2020년 약 400억 달러(한화 약 52조원) 규모를 보인 펨테크 시장은 2025년까지 750억 달러(한화 약 98조원), 2030년까지는 약 973억 달러(한화 약 126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른 통계에서는 2022년부터 2026년 간 전세계의 섹슈얼 웰니스 시장 규모가 420억 2,000만 달러 증가할 것이며, 연평균 10.97%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시장 성장을 촉진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섹슈얼 웰니스 제품의 증가, 치료 목적으로의 확대, 섹슈얼 웰니스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의 확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국내 펨테크 사정은 어떨까?
2019년 발표된 편의점 업체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콘돔 시장은 특이하게 일본 브랜드가 점유하는 양상이 보였습니다. 아직까지는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로 인해 성 관련 제품들이 ‘웰니스’ 관점에서 고려되기보다 터부시되는 현상이 강한데요.
그러나 2019년부터 2021년 3년간 올리브영의 콘돔, 마사지 젤 매출액이 연평균 25% 신장하고, 여성이 주체가 되어 섹스와 성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기만의 방(아루)’, ‘세이브앤코’, ‘디핑’ 등의 플랫폼이 생겨나며 섹슈얼 웰니스의 비즈니스 지평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2017년 국내 생산 생리대 독성 물질 파동과 코로나19로 지속가능성 아젠다가 비즈니스 영역 곳곳에 자리잡으며, 생리컵, 탐폰, 다회용 생리팬티 등 다양한 월경용품 대안들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여성이 자신의 웰니스를 주도적으로 관리하려는 니즈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펨테크, 섹스테크 시장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 펨테크의 시초이자 대표적 사례로는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 ‘이브(EVE)’를 만든 인스팅터스가 꼽힙니다. 2014년 시작한 인스팅터스는 여성의 생식기 건강을 염두에 둔 기능성 콘돔인 ‘이브콘돔’으로 시장에 자리매김했는데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러브젤, 생리컵, 여성청결제, 위생팬티 등 적극적으로 제품 영역을 확장해 왔고 론칭 4년만에 50배의 매출 성장을 이뤘죠. 최근에는 ‘체레미마카’로 리브랜딩하며 섹스토이 등 제품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국내 펨테크 스타트업 5개사가 ‘펨테크 얼라이언스’를 결성하는 등, 국내 펨테크의 중요성과 성장잠재력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프로덕트로는 지금까지 월경주기 추적앱이나 월경제품 등 월경 케어 분야에 집중되어 있지만 점차 비대면 산부인과 상담, 자가진단 등 생활 전반에 걸쳐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섹슈얼 웰니스, 왜 중요할까?
올바른 성지식과 상호 존중을 갖춘 건강한 섹스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생존에도 직결되어 있습니다. 섹스테크, 펨테크 스타트업들은 단순히 섹스의 경험과 즐거움을 향상시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주류사회에 더욱 건강한 성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메시지를 던지고 교육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섹슈얼 웰니스는 성 담론과 섹스를 둘러싼 수치심, 당혹감, 죄책감 등의 감정을 편안하고 교육적인 관점으로 전환시키고 강간, 원치 않는 섹스와 임신을 근절하고, 임신중절권과 재생산권을 둘러싼 사회적 담화를 발전시키는 모든 시도를 포함하죠.
수십년 동안 UN, WHO 등 국제기구에서는 성(性)과 재생산 권리(Sexual &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 SRHR)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어요. SRHR은 성적건강, 성적권리, 재생산건강, 재생산권리를 아우르는 개념이며,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섹스, 월경, 임신과 출산 등을 의미합니다. 또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 받아 자유롭게 자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해요.
성적 건강이 아이를 낳고 번식하는 재생산 건강의 하위 개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권리 수준 향상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어요. SRHR 전문기관인 Guttmacher Institute에서는 인권기반의 성과 재생산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죠.
SRHR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개인, 기관과 국가가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위험에 처한 사람이 많습니다. 부족한 정치적 담론, 불충분한 자원, 여성 및 여성청소년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그리고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문제를 공개적이고 포괄적으로 다루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SRHR은 여성, 더 나아가 인간의 건강 및 웰빙과 직결된 아주 중요한 사회 의제입니다.
UN의 2030년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도 SRHR을 달성하기 위한 세부 목표가 설정돼 있어요. 이처럼 섹슈얼 웰니스가 중요한 이유는 산모, 신생아, 아동 및 청소년의 건강에 큰 영향을 주어 환경보전, 사회, 경제 개발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죠.
일본 경제산업성에서는 여성의 생리 등에 따른 컨디션 저하로 연간 약 7000억 엔에 달하는 손실이 일어난다고 분석한 바 있어요. 노동 손실과 의약품 및 통원에 드는 비용을 추산한 결과죠. 이렇게 섹슈얼 웰니스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면서 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월경전 증후군 개선을 위한 어플이 개발되거나 골반 근육 단련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 만들어지는 등 성 건강을 위한 아이템들이 국내외에 속속 등장하고 있어요.
글로벌 펨테크 스타트업 분류
유럽과 북미가 중심이 되어 폭풍 성장 중인 글로벌 섹슈얼 웰니스 시장에는 정말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있는데요. 2023년 글로벌 펨테크/섹슈얼웰니스 스타트업 지형도를 보면 다음과 같이 매우 다양한 분류가 존재해요.
- Chronic Illnesses 만성질환
- Oncology 종양학, 암 치료법
- Family Care & Parenting 가족케어 및 육아
- General Health & Wellness 일반 건강 및 웰니스 솔루션
- Pelvic Health 골반 건강
- Pregnancy, Childbirth and Nursing 임신, 출산 및 수유
- Gynaecological Health 산부인과 건강
- Menopause 갱년기(완경) 건강
- Reproductive Health and Contraception 재생산 건강 및 피임
- Menstruation Care 월경 케어
- Nutrition Health & Supplements 영양식품 및 건강보충제
- Sexual Health 섹슈얼 헬스
섹슈얼 웰니스 산업, 혹은 펨테크는 성관계 및 월경 관련 제품들 뿐 아니라 임신과 출산, 여성의 만성질환, 갱년기 질환, 가족계획 및 양육, 여성의 정신건강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발달해오고 있어요. 또 서비스/제품 종류 자체도 다양한데, 사용자에게 바로 의료 서비스나 의약품을 제공하는 D2C 서비스(Direct-to-Customer), 성 건강 제품과 정보 플랫폼, 건강기능식품, 프래그런스(향 제품), 여성 커뮤니티, 웨어러블 기기와 트래킹 앱, 월경제품, 진단기기 등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어요.
다음 아티클에서는 국내와 해외 펨테크 시장의 주역들을 알아보고 비교해보겠습니다!
*해당 포스팅은 2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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