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끝나고 자리에 앉았는데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한 날이 있습니다. 별일도 없었는데 퇴근길이 유난히 무거운 날도요. "요즘 좀 예민한가 보다" 하고 넘긴 그 감정을, 누군가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라고 되짚어 줍니다.
오늘 만난 김학환 상담사는 금융기관에서 28년을 일하고, 퇴직 2년 전부터 심리학을 공부해 지금은 7년 차 상담사로 활동 중입니다. 달램의 심리상담 서비스를 통해 기업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 임직원과 CEO를 만나온 그가 말하는 '기다림의 상담', 함께 들어보시죠.💓
🌱 28년의 금융인, 두 번째 직업으로 상담을 만나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금융기관에서 28년간 일하고 지금은 6년째 상담사로 살고 있는 김학환입니다. 퇴직을 2년 앞두고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으니, 인생의 후반전을 상담으로 준비한 셈이에요.
Q. 상담을 두 번째 직업으로 선택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10여 년 전 좋은 아버지가 되고자 하는 아빠들의 모임에 5주 동안 참여한 적이 있어요. 너무 재미있게 참여를 했고,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1년쯤 자원봉사로 모임에 참여하며 활동했는데, 누군가를 돕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인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저를 오랫동안 알았던 사람들도 ‘모임 참여 전후로 많이 바뀌었다’고 하기도 했고, 남은 인생은 이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그때 생겼어요.
Q. 상담사로서 갖고 계신 비전이 있다면요?
아버지와 남편이 변하면 가정이 변한다고 믿습니다. 아버지 또는 남편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더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데 내 삶을 좀 쓰고 싶다, 그런 의도에서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지옥 같던 가정이 천국으로 변화될 수 있다면, 저는 그것이 2026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이라고도 생각하고요.
요즘은 경력 개발 쪽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는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일하며 보내잖아요. 그 시간을 재미있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지금 제 과제입니다. 최근 많은 연구에서 직원들의 심리적 안정, 직무 몰입, 결근율 저하, 생산성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굉장히 많은 보고도 실제로 있고요.
💗 하나로 연결된 몸과 마음을 아우르는 달램
Q. 달램과 함께하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달램은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느꼈습니다. 상담은 마음만 다루는 일이 아니에요. 많은 상담 기법이 결국 마음이 드러나는 '몸'을 함께 살핍니다. 호흡이 얕아지거나 어깨가 굳거나 하는 것처럼 마음이 드러나는 신체를 살피는 작업들도 굉장히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몸과 마음의 케어를 함께 가져가는 달램의 서비스 방향이 제 생각이나 가치관과 잘 맞닿아 있었어요.
Q. 협업을 결정하실 때 마음이 움직인 순간이 있었을까요?
의외로 사소한 부분입니다. 달램 담당자분들과 주로 문자나 이메일로 소통을 많이 하는데, 문장 하나하나에서 배려와 따뜻함이 느껴졌어요. 우리가 무수히 많은 단어 가운데 표현을 골라서 쓰잖아요? 그런 면에서 메일을 작성하는 분이 상대에 대한 배려를 하시는 게 느껴졌고, 그 신뢰가 결국 현장으로도 이어져 그대로 전달된다고 생각해요.
🏢 ‘누군가 나를 위해 찾아와 준다’는 경험
Q. 개인 상담실과 기업 파견 상담, 상담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다른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양가적입니다. 파견 상담은 공간이 매번 바뀌어요. 상담사에게 상담실은 일종의 홈그라운드인데, 그게 없으니 상담사 입장에서 안정감이 조금 떨어질 수 있습니다. 상담사와 내담자 모두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평안한 환경이 필수적입니다.
다만, 기업 파견 상담의 내담자 입장에서는 따로 근무 외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무엇보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여기까지 찾아와 줬다'는 경험 자체가 마음을 여는 토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상담은 결국 마음이 열려야 시작되는 일이라 저는 이 부분이 파견 상담의 장점이지 않나 생각해요.
Q. 기억에 남는 기업 현장이 있을까요?
CNT테크에서 창업 초기 CEO분들을 대상으로 TCI 기질 및 성격 검사를 해석하는 상담을 진행했어요.
상담에서 나온 고민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내가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업무 수행에 대한 불안, 다른 하나는 새로 꾸린 조직에서 직원들을 어떻게 이끌고 팀을 만들어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관계의 어려움이었어요.
📌 TCI(기질 및 성격 검사)란?
타고난 기질과 살아오며 형성된 성격을 함께 살펴보는 심리검사입니다. '나는 왜 이런 방식으로 반응하는가'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Q. 업무나 조직에 대한 고민을 상담에서는 어떻게 다루나요?
먼저 자기 이해에서 출발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두 고민도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거든요.
내 성격을 정확히 알면 어떤 방식으로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는 사람인지, 또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가 보입니다. 동시에 내 모습이 직원들에게 어떻게 비칠 수 있는지도 돌아볼 수 있고요.
이런 이해가 있어야 업무에서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 구성원과의 관계에서는 어떤 태도를 취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상담에서 직업과 업무 환경을 함께 살펴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심리상담은 개인의 마음을 돌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업무 방식과 조직 안에서의 관계를 이해하고 조정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죠.
Q. 얼핏 보면 성격 검사 하나로 풀기 어려운 고민들인데요.
맞아요. 당시 CEO분들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창업 초기 CEO로서 이 일을 잘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 다른 하나는 새로 만들어진 조직에서 직원들과 관계를 맺고 팀을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대한 어려움이었습니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고민처럼 보이지만, 저는 두 가지 모두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알면 목표를 어떤 방식으로 세우고 추진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내 성향이 직원들에게 어떻게 보일 수 있는지도 알게 되고요. 그걸 알아차리면 구성원들을 어떤 태도로 대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Q. 참여하신 CEO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됐다"는 말씀을 가장 많이 들었어요. 사실 대표라는 자리는 조직 안에서 자기 이야기를 꺼낼 곳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이해해볼 수 있는 시간 자체를 반가워하셨던 것 같아요.
📈 "직원이 행복해야 일도 잘하죠"
Q. 상담을 받으면 실제로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단기적으로는 감정과 인지가 먼저 바뀝니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를 알아가는 단계예요. 이런 인식이 쌓이면 장기적으로 행동과 습관, 태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단기간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요. 의미 있는 변화까지는 기본적으로 8~10회기 이상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저는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를 아는 것 자체가 이미 변화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알아야 바꿀 수 있으니까요.
Q. 기업이 심리상담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시나요?
심리상담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해요. 많은 기업이 직원들을 가족처럼 생각한다고 말하잖아요. 그렇다면 구성원 중 누군가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그걸 개인의 문제로만 두기보다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직장은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일하고 관계를 맺는 공간이에요. 그래서 어떤 감정으로 출근하고 어떤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일하는지도 중요합니다.
회사가 직원의 감정 상태를 살피는 것은 단순한 복지를 넘어 구성원이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심리상담이 행복하게 직장 생활을 하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직원이 행복해야 일도 잘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무거운 사람에게 성과만 요구하는 건 순서가 뒤바뀐 일이에요. 직원의 감정 상태를 살피는 일은 결국 직원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조급함을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기업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힘든 순간에는 결국 개인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궁금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상담사님께 일상에서 바로 해볼 수 있는 방법과 상담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마음이 힘든 순간, 지금 바로 가볍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호흡입니다. 너무 단순해 보이지만 가장 효과적이에요. 숨이라는 것은 곧 생명이거든요. 그래서 내가 마음이 힘들 때 나의 숨을 한번 가다듬어 보는 것. 긴장된 순간에 나를 진정시키는 데 이만한 방법이 없습니다.
💡 지금 바로, 의도적인 호흡 한 번
코로 깊게 숨을 들이마십니다.
그 상태로 잠시 멈춥니다.
천천히 길게 내뱉습니다.
회의 직전, 보고 직후, 퇴근길 지하철에서. 하루에 몇 번이든 괜찮습니다.
Q. 상담을 망설이는 임직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TV 상담 프로그램 덕분에 최근 몇 년 동안 상담의 문턱은 많이 낮아졌어요. 좋은 변화입니다. 다만 편집이 가미된 방송과 달리 실제로는 변화가 방송처럼 빠르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한 회기 만에 눈물 흘리고 달라지는 장면은 편집된 결과지 실제 상담의 속도는 아니거든요.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기다려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상담 중에 상담사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꼭 그 자리에서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참고 넘어가거나 상담을 그만두지 마시고요. 그건 변화가 시작됐다는 신호이고, 사실 상담사는 내담자가 직접 본인의 불편한 감정을 토로하는 그 중요한 순간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상담사님의 상담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요?
"모든 사람의 감정과 행위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의 맥락 안에서 먼저 이해하는 것, 그게 제 상담의 전부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의 무가치함과 싸우며 살아요. 내담자가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느끼는 순간, 변화는 그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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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노트
인터뷰 내내 가장 자주 등장한 단어는 ‘이유’였습니다.
왜 화가 났는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김학환 상담사에게 상담은 잘못을 고쳐주는 시간이 아니라 그럴 만했던 이유를 함께 찾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은 건 “상담사가 불편하게 느껴지면 꼭 말해달라”는 당부였어요. 불편함을 참지 않고 꺼내는 순간이 오히려 변화의 신호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쩌면 회사에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괜찮은 척 넘긴 감정이 쌓이기보다 한 번 꺼내보는 편이 나을 때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의미 있는 변화까지는 8~10회기가 필요하다고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모습 또한 기억에 남았습니다. 빠른 효과를 약속하지 않는 전문가의 말이라 오히려 더 믿음직했어요.
오늘 하루 답답한 순간이 온다면 딱 한 번만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잠깐 멈췄다가 천천히 내쉬어 보세요. 나를 돌보는 일은 그 짧은 한 호흡에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