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업장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기획하려고 다른 회사 사례를 찾아보면,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됐다’는 소식만 나오고 정작 어떤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했는지는 잘 안 보이지 않던가요?
그래서 2026년 근로자 건강증진활동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된 세 곳의 사례를 나란히 놓고 봤습니다. 프로그램의 종류는 제각각이었지만, 어떤 문제를 보고 프로그램을 골랐는지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세 곳에서 반복해서 보인 4가지 기준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건강증진 프로그램, 하고는 있는데 왜 남는 게 없을까
건강검진을 하고, 교육을 열고, 금연이나 걷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이미 여러 건강증진 활동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장이 많습니다.
문제는 이런 활동이 그때그때 열리고 끝날 때입니다. 연말에 실적을 모아보면 ‘무엇을 몇 번 했다’는 목록은 남지만, 왜 이 프로그램을 골랐고 어떤 건강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까지 연결해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사업장의 우수사례를 찾아봐도 비슷합니다. 어느 사업장이 선정됐다는 소식은 많은데, 정작 실무자가 궁금한 “무엇을 기준으로 프로그램을 짰을까?”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 선정된 세 곳, 프로그램은 거의 겹치지 않았습니다
2026년 근로자 건강증진활동 우수사업장 가운데 한국전기안전공사, 한미사이언스, 신세계 본점의 사례를 비교해봤습니다. 제약, 유통, 공공기관으로 업종도 근무환경도 서로 다릅니다.
한미사이언스: 대사증후군 관리, 영양·식이 관리, VDT증후군 예방, 번아웃·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 (에너지데일리, 2026)
신세계 본점: 직무 특성에 맞춘 스트레스 관리, 근골격계질환 예방 프로그램 (안전신문, 2026)
한국전기안전공사: 직무 스트레스 관리, 만보 걷기 챌린지, 근골격계 예방 힐링요가, 뇌심혈관질환 예방, 힐링 숲 체험 프로그램 등 (EPJ, 2026)
프로그램 이름만 놓고 보면 직무 스트레스 관리를 제외하고 공통점이 거의 없습니다. 즉, 우수사업장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정답 프로그램’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대신 세 곳을 겹쳐보니 ‘무엇을 했는가’보다 ‘무엇을 보고 골랐는가’에서 비슷한 방향이 보였습니다.
✅ 건강증진 프로그램 우수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보인 4가지
1. 몸과 마음을 한 세트로 봤습니다
한미사이언스는 대사증후군과 영양 관리뿐 아니라 번아웃,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했습니다.
한국전기안전공사도 근골격계 예방 힐링요가와 뇌심혈관질환 관리에 직무 스트레스 관리와 힐링 숲 체험을 함께 구성했고, 신세계 본점 역시 스트레스 관리와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함께 운영했습니다.
세 곳 모두 건강증진을 체중이나 혈압 같은 신체지표만의 문제로 보지 않았습니다. 신체 건강과 정신건강을 나누기보다 하나의 건강관리 체계 안에서 함께 다룬 것입니다.
2. 우리 사업장의 ‘직무’에서 출발했습니다
신세계 본점의 사례에서는 ‘직무 특성에 맞춘’ 건강관리가 강조됩니다. 백화점이라는 근무환경에서 생길 수 있는 스트레스와 근골격계 부담을 프로그램에 반영했습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역시 현장 중심의 업무 특성을 고려한 건강관리 활동을 운영했습니다. 한미사이언스도 대사증후군부터 VDT증후군(각주 1), 번아웃까지 실제 근무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건강문제를 프로그램으로 연결했습니다.
다른 회사에서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우리 근로자에게 어떤 부담이 반복되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 셈입니다.
3. 건강검진에서 끝내지 않고 ‘그 이후’를 만들었습니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전 직원 종합건강검진에 전문가 사후상담을 연결했습니다. 검진 결과를 통보하고 끝내지 않고 이후 상담과 관리까지 이어지도록 한 것입니다.
비슷한 흐름은 서울 지역 선정 사업장 사례에서도 확인됩니다. 유소견자 관리와 생활습관 개선, 직무 스트레스·감정노동 관리 등을 함께 운영됐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프로그램과 연결하면 누구에게 어떤 관리가 필요한지 파악하고, 이후 활동을 설계할 근거가 생깁니다. 검진 자체보다 그 결과를 어떻게 이어서 관리하느냐가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4. 참여할 이유를 만들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도 직원이 참여하지 않으면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선정 사례에서도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장치가 함께 보였습니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만보 걷기 챌린지’처럼 일상에서 바로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한미사이언스는 ‘건강하게 출근한미다’, ‘혈당 스파이크 CUT 한미다’, ‘눈에게도 봄(See)이와요’처럼 프로그램마다 이름을 붙였습니다.
걷기, 혈당 관리, VDT증후군 예방이라는 다소 딱딱한 주제도 챌린지 형식이나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붙이면 참여 문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바로 적용해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 이 4가지는 평가 기준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앞에서 확인한 네 가지는 단순히 잘된 회사들의 특징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 「근로자 건강증진활동 지침」에서도 건강증진활동계획을 세울 때 사업장의 건강문제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활동을 계획·실행한 뒤 결과를 평가해 다음 계획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안전보건공단의 근로자 건강증진활동 우수사업장 평가 역시 프로그램을 몇 개 운영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의 건강문제를 파악해 적절한 활동을 설계했는지, 근로자가 실제로 참여했는지, 그 결과를 다시 관리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올해 진행한 활동이 있다면 건강문제 파악 → 프로그램 설계 → 참여 → 결과 확인의 흐름에 따라 정리해보세요. 건강검진 결과나 근로자 요구도는 있지만 이를 반영한 프로그램이 없는지, 프로그램은 여러 개 운영했지만 참여율이나 만족도 기록이 빠져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기가 쉬워집니다.
참여 단계에서는 참여율과 만족도 기록을, 개선 단계에는 그 결과를 다음 해 계획에 반영됐는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우수사업장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이 기준은 다음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더 할지보다, 왜 이 프로그램을 하는지와 어떤 변화를 확인할지를 먼저 정해보세요.
🌟 실제 운영 단계에서 참여율은 어떻게 높일지, 예산은 어떻게 설득할지, 어떤 데이터를 남겨야 할지 막막하다면 건강증진 프로그램 실무 Q&A에서 이어서 확인해보세요!
각주 1.
VDT 증후군 : Visual Display Terminal Syndrome, 장시간 동안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작업을 할 때 생기는 각종 신체적, 정신적 장애 (출처 - 서울 아산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