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머 인터뷰] 말로 담지 못하는 마음의 틈, 미술치료로 채울 수 있어요

"미술치료는 말로는 다 담아내지 못하는 마음의 틈을 채울 수 있습니다." 미술 심리 치료 전문가 윤은미 달래머는 그림이라는 비언어적 도구가 말보다 더 정직하게 마음을 드러낸다고 말합니다. 지난 25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내면을 미술로 어루만져온 그녀가 전하는 마음 치유의 힘, 함께 들어보세요.
May 20, 2026
[달래머 인터뷰] 말로 담지 못하는 마음의 틈, 미술치료로 채울 수 있어요

힘들다는 말 한마디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무너지고, 참아야 한다고 다독이면서도 정작 내 마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모르고 사는 날들. 그 감정의 이름을 찾지 못해 막막할 때, 어쩌면 말 대신 그림이 더 솔직한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학 박사이자 미술치료 전문가인 윤은미 달래머는 지난 25년간 미술이라는 비언어적 도구로 수많은 사람들의 내면과 마주해 왔습니다. 윤은미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며 달램을 통해 기업 임직원들의 마음도 함께 돌봐온 윤은미 달래머가 말하는 그림의 힘, 함께 들어보시죠 💓


🎨 한 장의 현수막이 바꾼 인생의 방향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미술치료 전문가이자 사회복지학 박사 윤은미입니다. 지난 25년간 미술이라는 비언어적 도구를 통해 내담자들의 깊은 내면과 소통하며,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고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곁에서 함께해온 현장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윤은미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개인의 치유를 넘어 삶의 질 전반을 높이는 통합 치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고, 대학 교육 현장에서도 후배 상담사들을 양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Q. 심리상담사의 길로 들어서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길을 걷다 우연히 보게 된 현수막 한 장이 제 인생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당시 경영학을 전공하던 저에게는 언젠가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신앙적 소명이 있었는데, 어느 날 '아동미술치료'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 거예요.

낯설면서도 강렬한 호기심이었습니다. ‘상처 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미술로 어루만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그 길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 우연한 한 걸음이 지금의 저를 상담의 세계로 이끈 가장 귀한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Q. 달램과는 어떤 계기로 함께 하시게 됐나요?

오늘 인터뷰에는 유독 '우연'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네요. 달램과의 만남도 그랬습니다. 한창 서류 업무에 몰두하던 중 전화를 한 통 받았는데, 하마터면 놓칠 뻔한 연락이었어요. 처음엔 일반적인 센터 홍보 전화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에 대한 설명과 담당자님의 진정성 있는 대응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스쳐 지나갈 뻔한 그 한 통의 전화가 지금의 인연을 만들었으니, 그야말로 우연이 필연이 된 셈입니다.


💡 그림은 머리가 아닌, 마음이 그립니다

Q. 미술치료를 잘 모르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저는 미술치료를 '마음을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하는 귀한 도구'라고 소개합니다. 많은 분이 처음에 그림을 못 그려서 걱정이라고 말씀하시는데, 미술치료는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는 수업이 아닙니다. 시각적 매체를 통해 내면을 대면하는 심리치료의 과정이에요. 완성된 작품은 결과물이 아닌, 소통을 위한 하나의 언어일 뿐입니다.

미술치료의 진정한 가치는 언어를 넘어선 깊은 연결에 있습니다. 때로는 수만 마디 말보다 하나의 색채, 작은 점 하나, 투박한 선 하나가 내면의 감정을 더 정직하게 담아내기도 하죠. 붓과 물감뿐만 아니라 음악, 주변의 사물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마음을 표현하고,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마음의 소리를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미술치료입니다.

Q. 언어 상담과 비교했을 때, 미술치료만이 갖는 특별한 힘이 있다면 뭘까요?

미술치료는 말로 담아내지 못하는 틈을 채워주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어 상담이 논리적이고 인지적인 접근으로 문제를 풀어간다면, 미술치료는 상징을 통해 마음의 이야기와 경험을 담아냅니다.

사람은 말할 때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단어를 선택하고 논리를 만드는 ‘심리적 방어’를 하게 되지만, 미술은 다릅니다. 손끝에서 나오는 선의 굵기, 색의 선택, 공간의 배치는 머리가 미처 계산하기 전에 마음의 상태를 정직하게 투영하거든요. "힘들어요"라는 백 마디 말보다, 도화지 구석에 작게 그려진 형체 하나가 내담자의 고립감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한 말은 공중으로 흩어지지만, 미술은 작품이라는 결과물을 남깁니다. 상담 초기에 어둡고 날카로웠던 선들이 회차를 거듭하며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채로 변해가는 과정은 내담자 스스로 변화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가장 강력한 성장의 증거가 됩니다.


🤝 진정한 경청이 마음의 문을 엽니다

Q. 상담을 두려워하는 임직원이 많은데, 달래머님은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열어가시나요?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그 무게를 잘 알기에 내담자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늘 마음 깊은 찬사를 보냅니다.

저에게 내담자의 마음을 열어주는 아주 특별한 기술이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어려운 '진정한 경청'에 집중할 뿐입니다. 경청을 쉬운 말로 쓰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경청이야말로 공감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습니다.

그분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을 다해 그들의 삶이 진정으로 평안해지기를 바라는 기도의 마음으로 다가갑니다. 진심으로 잘 들어주는 것, 그리고 그 삶이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상담자의 진정성. 저는 그것이 내담자의 마음을 여는 가장 강력한 열쇠이자 비밀번호라고 생각합니다.

Q. 달래머님의 상담으로 만든 가장 뿌듯했던 변화의 순간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어느 날 한 내담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상담을 받고 집으로 가는 길이 센터까지 오던 길보다 훨씬 걸음이 가벼워진 것 같아요. 햇빛도 덥게만 느껴졌는데 지금 보니 날씨가 꽤 좋네요."

내담자의 마음의 무게가 덜어지고, 그분들을 압도하던 고통의 환경이 어느새 기분 좋은 풍경으로 바뀌어 갈 때, 내담자의 삶에 행복한 단어들이 하나씩 생겨날 때, 그 순간이 제게 가장 뿌듯하고 감사한 순간입니다.

Q. 상담을 받은 임직원들이 꼭 하나만 얻어가길 바란다면 무엇인가요?

자신을 향한 사랑이 담긴 따뜻한 위로 하나만큼은 꼭 품고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오늘날의 임직원들은 매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과로 자신을 증명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한 재판관이 되어 채찍질하곤 하죠.

저는 내담자에게 꼭 묻는 질문이 하나 있어요. "누군가가 지금 당신과 똑같은 고민을 가지고 온다면, 어떻게 해주고 싶으신가요?" 그 대답이 바로 내담자 본인이 가장 듣고 싶은 말과 행동입니다.

상담을 통해 남이 주는 위로가 아닌, 내가 나에게 건네는 진정한 위로를 배워 상담실 문을 나설 때 "오늘 참 애썼다. 너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다"는 자기 사랑의 확신을 얻게 된다면, 그것이 다시 일상을 살아갈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입니다.


☁️ 나를 가장 먼저 내 편으로 만드세요

Q. 기업 현장에서 만난 분들 중, 아주 작은 습관 하나를 바꿔서 좋아졌던 사례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는 상담에서 만나는 분들께 아주 쉽지만 강력한 습관 하나를 권합니다. 바로 자신의 마음을 소리 내어 알아주는 것입니다.

많은 분이 힘든 일이 생기면 '참아야지', '이겨내야지' 하며 자신을 다그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속마음을 입 밖으로 뱉어보라고 말씀드려요. 업무가 몰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 잠시 멈추고, "아, 은미야. 너 지금 정말 힘들구나"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이죠.

실제로 이 습관을 실천하신 한 임직원분은 "매일 나를 채찍질만 하다가, 처음으로 내 편이 된 기분이었다"고 고백하셨습니다. 나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우리 뇌는 위협 상태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찾기 시작합니다.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소용돌이는 가라앉고,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여유가 생깁니다. 내 마음의 소리를 내가 먼저 들어줄 때, 비로소 타인의 소리도 건강하게 들을 수 있는 힘이 생겨납니다.

Q. 달래머님도 환기가 필요할 때가 있죠. 혹시 본인만의 웰니스 루틴이 있으신가요?

사실 저는 '멍때리기'를 참 좋아합니다. 상담사로서 내담자의 아픔을 온 마음으로 담아내다 보면, 그릇이 넘치지 않도록 비워내는 시간이 꼭 필요하거든요. 주변을 단정히 정리하고, 제가 좋아하는 은은한 조명 아래 앉아 평온한 자연 풍경을 바라보며 가만히 숨을 고릅니다. 바쁘고 분주했던 하루의 소음들을 잠재우는 저만의 의식이죠.

하루의 끝엔 고생한 나 자신에게 나직이 말을 건넵니다. "은미야, 정말 수고했어." 그리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켜주심에 감사하다는 기도로 마음을 갈무리합니다. 이 고요한 기도의 끝에서, 저는 다시 내일을 시작할 수 있는 평안을 선물 받습니다.

Q. 마음이 지친 직장인들이 혼자 해볼 수 있는, 미술을 활용한 간단한 마음 환기법이 있을까요?

마음이 지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저는 '마음 낙서법’을 제안합니다. 비움-정리-채움, 세 단계로 정리할 수 있어요.

첫째, 흰 종이를 펴고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감정, 사고, 단어들을 순서 없이 적어보세요. 멋진 문장이 아니어도 됩니다. 낙서하듯 그저 밖으로 쏟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관련 있는 단어끼리 같은 색의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쳐보세요. 색연필이 없다면 세모, 네모 같은 도형으로 묶어도 좋습니다. 안갯속 같던 내 마음의 정체가 비로소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셋째, 종이 한 귀퉁이에 내가 정말 듣고 싶은 말, 내 마음속에 꼭 담아두고 싶은 단어들을 적고, 소리 내어 읽은 뒤 "퉤퉤퉤!" 하고 뱉어보세요. 나쁜 기운은 가고, 원하는 건 이루어진다는 저만의 마법 주문입니다. 이 작은 의식이 무거웠던 마음을 한결 가볍게 날려주기도 합니다.


💬 사내 상담을 '심리 피트니스 센터'로 바꿔주세요

Q. 마지막으로, 직원들의 마음 건강을 챙기고 싶은 기업 담당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려요.

기업의 담당자 여러분은 단순히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실무자를 넘어, 조직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사람을 지키는 최후의 안전망을 만드는 분들입니다.

현장에서 마주한 진실은 명확합니다. 숫자로 증명되는 모든 성과는 결국 사람이 만들어내며, 그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바로 건강한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따라서 사내 상담을 문제가 터진 뒤에 찾는 수리 센터가 아니라, 일상의 활력을 유지하고 마음 근력을 키우는 심리 피트니스 센터로 정의해 주세요. 아픈 사람만 가는 곳이 아닌, 누구나 더 건강해지기 위해 편안하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사람 친화적인 문화를 만들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어요. 타인을 향한 환대는 나를 향한 환대에서 시작됩니다. 담당자님 스스로가 먼저 평안해야 조직에도 따뜻한 치유의 에너지가 전달될 수 있습니다. 임직원을 돌보는 그 마음만큼, 담당자님의 마음도 평안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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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노트

윤은미 달래머와 이야기를 나누며 기억에 오래 남았던 이야기는 미술치료가 말로 담아내지 못하는 틈을 채워주는 치료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사람은 말할 때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단어를 고르고 논리를 만드는데, 그림은 그렇지 않다는 것. 손끝에서 나오는 선의 굵기와 색깔이 머리가 미처 계산하기 전에 마음을 정직하게 드러낸다는 말이 의미 깊게 다가왔습니다.

생각해 보면 가장 힘든 순간에 정작 그 감정을 설명할 말을 찾지 못해 입을 닫아버린 적이 많았는데, 어쩌면 그 마음을 꺼낼 다른 통로가 필요했던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또 하나, "아, 은미야. 너 지금 정말 힘들구나" 라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속마음을 소리 내어 말해보라는 이야기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참으면서 이겨내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그 힘듦을 내가 먼저 알아준다는 발상은 낯설면서도 따뜻했어요.

타인의 위로를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나에게 먼저 건네는 그 한마디가 사실 가장 빠른 응급처치일 수 있다는 것. 오늘 하루가 끝날 때 한 번쯤 스스로의 이름을 불러보는 건 어떨까요?

달래머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마음도 근육처럼 꾸준히 돌봐야 더 강해집니다. 회사의 심리 상담이 아픈 사람만 가는 곳이 아닌, 누구나 더 건강해지기 위해 찾는 곳이 되길 바라며, 오늘 인터뷰가 그 첫 문을 두드리는 작은 계기가 되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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