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지지해왔죠. 그러면서 제 자신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꺼내지 못했어요.
상담사라는 직업은 감정을 다루는 일이죠. 내담자의 고통에 함께 머물고, 무게를 함께 나누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담사 본인 역시 지쳐가고, 상처 입기도 하고요. 그러나 '괜찮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역할 때문에, 자신의 어려움을 인정하기 힘들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전해 드릴 이야기는, 누군가의 마음을 돌보는 상담사라는 직업으로 번아웃과 심리적 외상을 홀로 감당해 오다, 처음으로 '돌봄을 받는 사람'으로서 상담받게 된 어느 상담사분의 인터뷰입니다.
공감을 건네던 사람이 공감을 받았을 때 느낀 것들, 그리고 상담의 경험이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지금 함께 들어보시죠. 💗
🌀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던 나
Q. 안녕하세요, 어떤 고민 때문에 심리 상담을 받으셨나요?
번아웃, 그리고 근무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 때문이었어요. 제 직업이 상담사인데, 그렇다 보니 심리적 외상이 쌓이는 경우가 있거든요. 마침 회사에서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기회인 것 같아 심리 상담을 받게 됐습니다.
오랜 시간 일을 해오면서 '나는 괜찮다'라고 생각해 왔어요. 그런데 돌아보니 생각보다 심리적 외상이 더 컸고, 제 마음속에 힘든 부분이 확실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스스로 괜찮다고 여겨온 것이 오히려 신호를 놓치게 만들었던 것이죠.
Q. 회사 복지로 제공된 상담, 고민 노출 우려는 없으셨나요?
일반 상담이 아닌 회사 제공 상담이다 보니 비밀 보장 부분에서 심리적 위축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에 임할 수 있었던 건, 상담사 스스로가 괜찮아야 상담도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제 자신의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꺼내놓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상담 참여 후에는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이 됐어요. 다만 시간과 근무 상황으로 인해 제약이 있었던 건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Q. 상담을 받기 전, 기대를 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크게기대했던 부분은 없었어요. 이전에 다른 업체를 통해 받았던 상담에서 아쉬운 경험을 했었거든요. 당시 받았던 상담은 상담사가 미흡한 부분을 보여줬고, 그덕에 답답함이 쉬이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상담은 조금 달랐습니다. 답답했던 마음을 털어낼 수 있었어요. 꽉 막혀있던 마음이 후련해지기 시작하면서 ‘다음엔 더 솔직하게 연 상담을 기대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아요.
💞 공감을 건네던 나에서, 공감을 받는 나로
Q. 상담사님과의 첫 만남,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첫 만남에서부터 안정감을 느꼈어요. 이전에 받았던 다른 상담과 비교해보면,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능력이 굉장히 좋으시더라고요. 처음에는 내 이야기를 어느 수준의 선까지 전해야 할지, 그 경계를 정하는 게 조금 어려웠습니다.
여기엔 이유가 있었는데, 사전에 작성했던 체크리스트가 업체 쪽에 전달이 늦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상담 자리에서 체크리스트를 다시 작성했고, 업무에 대한 설명도 한번 더 반복해 설명을 하게 됐어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전달만 잘 이뤄졌어도 더 빠르게 마음을 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Q. 상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나 순간이 있으셨나요?
저는 평소 상담사로서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지지하고, 공감하는 입장이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로 내 이야기를 말하고, 공감으로 돌봄 받는 경험을 했죠. 처음 하는 경험은 아니지만, 상담을 받는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정말 편안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아, 상담이 이래서 효과가 있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습니다. 받는 입장이 되어 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어요.
✨ 상담을 받은 후, 확실하게 달라진 것들
Q. 상담 후, 업무 환경에서 달라졌다고 느낀 지점이 있나요?
상담과는 크게 관련 없는 내용이긴 한데, 제가 속해있는 센터 상황의 어려움이 반복되고 있어 업무 환경 자체가 달라졌다고 느끼긴 어려웠어요. 상담 후 큰 변화를 체감하기에는 아직 외부 조건이 여전히 만만치 않은 상황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을 받은 이후 마음 속 답답함이 해소되는 경험을 했고, ‘다시 참여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자체가 제게 있어서는 꽤나 의미 있는 변화였다고 생각해요.
Q. 상담 복지 제공이 회사를 향한 인식에 영향을 주었나요?
저는 대상자들을 마주하고 그들의 마음에 직접 관여하는 팀의 특성상, 상담 복지가 가장 필요한 직군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회사에서 이를 제공하는 것이 상담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돌볼 수 있어야, 결국 더 나은 돌봄을 제공할 수 있으니까요.
Q. 이번 심리 상담, 꼭 개선되면 좋겠는 점이 있으셨나요?
상담 업체가 더 다양해지면 좋겠어요. 특히 지역별로 선택 가능한 곳이 많아져서, 거리나 이동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심리 상담 외에도 환기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과 체험 기회가 더 폭넓게 제공된다면, 더 많은 분들이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어요.
💌 상담사에게도 필요해요, '진짜 상담'이
Q. 상담을 망설이는 주변 동료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제 직업이 상담사이니, 제 주변 동료들도 대부분 상담사에요. 저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우리가 제공만 하는 것이 아냐. 언제든 받을 수 있는 서비스야"라고 말이에요.
돌봄을 업으로 삼다 보면, 자신이 돌봄을 받는다는 사실이 낯설거나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돕는 사람에게도 돌봄이 필요합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참여해 보시길 권유드리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달램 심리 상담을 한 문장으로 평가해 주시겠어요?
달램의 심리 상담은 ‘따뜻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아쉬운 점이 아예 없을 순 없지만 상담이라는 시간이 주는 따뜻함만큼은 분명히 느꼈고, 확실하게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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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노트
"내 이야기를 공감받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라는 말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타인의 감정을 공감해 주는 것이 일인 상담사에게도 상담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어느 순간 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는 종종 '나는 괜찮다'라는 짧은 말 한마디로 자신을 설득하곤 합니다. 특히 타인의 마음을 돌보는 사람일수록 그 말에 더 익숙해지기 쉽죠. 하지만 오랫동안 괜찮다고 여겨온 것이 오히려 신호를 놓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돌보는 사람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는 말, 절대 가벼운 말이 아닙니다. 돌봄을 받는 것은 나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을 더 오래, 더 잘 돌볼 수 있기 위한 용기이기 때문이죠. 이는 상담에 익숙한 상담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전 이런 말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습니다. 여전히 혼자 버티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용기를 내어 마음의 문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
🌸 말 못한 고민을 마음에 담아두고 계신가요?
마음 속 깊은 곳에 담아둔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한 고민, 이제 전문가와 함께 조심스레 꺼내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