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무능의 결과가 아닌 열정의 결과
지금, 당신의 몸과 마음은 평안하신가요?
오늘도 하루를 버텨내고 계신 당신에게 조심스럽게 여쭤보고 싶습니다. 열심히 달려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고, 좋아하던 일에도 의욕이 사라지는 경험. 스스로를 탓해보지만 달라지는 건 없고, 남들은 다 잘 버티는데 나만 이런 건 아닐까 싶어 더 외로워지는 순간.
그것은 당신이 나약한 것도, 무능한 것도 아닙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책임을 다해온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몸과 마음이 보내는 가장 정직한 신호. 번아웃 때문입니다.
이번 글은 윤은미심리상담센터 윤은미 센터장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윤은미 센터장님은 계명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를 취득하셨으며, 미술치료사, 미술심리전문상담사, 성폭력전문상담사, 임상심리전문가, 사회복지사 1급, 등 다수의 자격을 보유하고 계십니다. 현재 수성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하시며, 청소년·성인 대상 심리상담과 교육, 기업 EAP 프로그램을 통해 직장인들의 정서 회복을 돕고 계십니다.
이번 글에서는 윤은미 센터장님과 함께, 번아웃이 왜 찾아오는지, 그리고 어떻게 마주하고 회복해나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알아주기'부터 시작하는 나와의 화해, 그리고 일상 속에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무기들까지. 지금 지쳐 있는 당신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누군가와의 만남을 시작하면서 나누는 인사말입니다. 안녕(安寧)은 편안한 안(安), 편안할 영(寧)으로, '당신은 편안하나요? 걱정 없이 무탈한가요?, 건강한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내가 열심히 잘 지내고 있나, 어 내가 왜 이렇지?'라는 생각이 잠시라도 스쳐 지나갈 때가 있을 것입니다. 이 순간 진심으로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당신의 몸과 마음은 평안하신가요?"
이 질문에 말문이 막히고, 가슴이 먹먹하거나 눈물이 핑 돌거나, 오히려 짜증이 나고 답답한 분 계시나요? 일과 속에서 듣는 평범한 이 말이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던 자신에게 큰 무게처럼 느껴질 때 바로 내 몸과 마음이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 신호를 우리는 '번아웃(Burnout:소진)'이라고 합니다.
번아웃을 직역하면 다 타버림, 극도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 상태를 말합니다. 번아웃의 첫 신호는 커다란 위기에서 오지 않습니다. 작은 무기력, 집중력 저하, 잠이 많아지거나 불면증, 작은 일에도 짜증이 느껴지고, 업무 효능감이 저하되는 등 이런 증상들이 점점 이어진다면 '번아웃 경고등'이 켜진 거죠.
대개 자신의 몸과 마음이 '쉬고 싶다', '쉬어야 해.'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우리 뇌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노력을 안 하네, 제대로 못 한다니 무능하잖아.'라고 해석할 때가 있습니다. '동기저하'도 스스로가 보내는 SOS 신호 중 하나이기도 하죠. 원래 좋아하던 일 또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일에 대해 '내가 왜 이걸 하지?'라는 의문과 무기력이 밀려오면서 '나아갈 힘'이 사라지는 증상입니다.
또한 번아웃의 신호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만성피로'입니다. 단순히 잠을 못 잔 피로가 아니라, 충분히 쉬었는데도 계속 쌓이는 깊고 끈적한 피로감. 이 만성피로는 우리 몸의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표시입니다. 결국 내 안의 '에너지 저장고'가 바닥이 나고 있다는 거죠.
자동차도 연료가 떨어지면 멈춰야 하고, 스마트폰도 배터리가 0%가 되면 꺼지기 마련이죠. 지금 당신의 마음 상태는 고장 난 것이 아니라, "나 지금 너무 힘들어, 제발 좀 쉬게 해줘, 충전이 필요해"라고 몸과 마음이 보내는 가장 정직한 신호입니다.
번아웃은 당신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책임을 다했기 때문에 찾아오는 '증표'이기도 합니다. '나만 이런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자책하지 마세요. 스스로를 혼자 내버려 두지 마세요. 번아웃은 나의 의도와 의지와 상관없이 내 삶에 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는 용기'입니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때론 몸도 마음도 내 의지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죠. 모두에게 다 통하는 100%의 방법은 없겠지만 많은 이들의 경험담에서 번아웃을 이겨낸 지혜를 얻어본다면, 그 시작은 '알아주기'입니다.
'힘들었구나, 어려웠네, 답답했지.'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아주세요. 상담을 하는 저 또한 번아웃이라는 순간을 마주합니다. 전 제일 먼저 해주는 것이 내 입으로 내 마음을 읽어줍니다. "아~정말 힘드네" "하기 싫어, 하기 싫어, 정~~~~~말 하기 싫어," 작은 읊조림에서부터 때론 짐승의 크게 울부짖는 포효일 때도 있습니다.
알아주었다면, '나 자신과의 화해'입니다. "왜 이것밖에 못 해?"라는 채찍질 대신, "그동안 무리했으니 좀 쉬어보자"라는 너그러운 마음가짐이 번아웃 탈출의 첫걸음이니 자책이라는 짐을 내려놓으세요. "남들은 다 잘 버티는데 왜 나만 이럴까?"라는 생각은 독약과 같습니다.
타인의 겉모습과 나의 속마음을 비교하지 마세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해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가장 박한 평가자, 비판자가 되기보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위로자가 되어주세요. 저도 저에게 "은미야... 애썼어. 수고했어, 너를 더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라고 가장 따뜻한 상담자가 되어줍니다.
상담학과 학생이 교수님께 "교수님! 교수님은 삶의 어려움이 없으시고 너무 평안하게 보이십니다. 참 행복하시겠어요. 저는 너무 우울하고 힘이 듭니다." 그때 그 교수님이 말씀하시기를 "자네가 보기에 내가 삶의 힘든 순간이 없었던 걸로 보이나, 그런데 나도 숱한 어려움과 아픔과 실패를 마주했는데, 내가 학생의 눈에 그렇게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나는 그런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대처할 수 있는 무기를 하나씩 찾았기 때문이야.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가 좀 더 많아서 자네 눈에 그렇게 보일 수 있었을거야."라고 하였답니다.
여러분! 번아웃의 상황에서 알아주고, 자신과의 화해를 하셨다면, 이제는 '무기' 찾기라는 '작은 실천'입니다.
과중한 업무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면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에는 기꺼이 'NO'라고 말하거나 에너지를 아끼는 연습을 하세요.
거창한 휴가나 퇴사가 당장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일상 속의 소소한 평안을 찾아보세요. 나를 위한 작은 선물하기, 점심시간에 10분간 햇볕 쬐며 걷기, 퇴근길에 좋아하는 노래 한 곡 끝까지 듣기, 그냥 아무 의미 없이 크게 웃기, 주말엔 업무 연락을 완전히 차단하고 좋아하는 음식 먹기 등 '설마 되겠어'라는 이런 사소한 조각들이 모여 당신의 소진된 에너지를 조금씩 채워줄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런 생각조차 들지 않고 막막할 때는 혼자 고군분투하지 마세요. 당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달램(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의 전문가와 함께 무기를 찾아가는 것도 훌륭한 방법입니다.
저 또한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의 마음의 연료가 조금씩 채워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글에 담고 있습니다.
"자신과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그럼 그 말을 본인의 이름을 붙여서 해주세요."
"그 말은 이 순간 당신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일거예요."
하루 하루 순간 순간 세상의 행복한 단어가 여러분과 함께 하는 날이 되길 바랍니다.^^